태하와 바니의 자정 기차 3 — 그림자를 빌려주는 도시

Taeha and Bani's Midnight Train 3 — The City That Lends Shadows

글자를 숨겨도 낭독은 계속됩니다. 그림 속 글자는 숨길 수 없어요.

태하와 바니의 자정 기차 3 — 그림자를 빌려주는 도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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별가루 지도를 따라 기차가 달렸어요. 구름 항구의 불빛이 멀어지고, 둥근 달을 꼭 닮은 섬이 나타났지요. “거울달 섬이야!” 바니가 창문에 코를 붙였어요. 태하는 주머니 속 기차표를 톡톡 만졌어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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역 밖에는 작은 가게가 있었어요. 간판에는 ‘그림자를 빌려드립니다’라고 적혀 있었지요. 고양이 할머니가 우산 그림자를 펼쳤어요. “비 올 땐 우산, 높은 곳엔 사다리. 쓰고 나면 돌려주렴.” 바니가 제 귀를 내려다봤어요. “귀 그림자도 빌려드릴까요?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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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로등 아래에서 태하의 그림자가 꿈틀했어요. 태하는 가만히 있는데 그림자만 손을 흔들었지요. “어? 나는 안 움직였는데?” “이 도시에서는 그림자도 제 마음대로 움직인단다.” 할머니가 웃었어요. 그림자가 태하의 발끝에서 쏙 떨어졌어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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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림자는 골목으로 쪼르르 달아났어요. “잠깐! 그쪽은 기차역이 아니야!” 태하가 바니의 손을 잡고 뒤따랐어요. 모퉁이마다 그림자가 멈춰서 손짓했지요. “도망가는 게 아닌가 봐.” 바니가 말했어요. “우리를 부르고 있어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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골목 끝 벽 앞에 그림자들이 모여 있었어요. 우산 그림자, 사다리 그림자, 기다란 장화 그림자까지. “왜 여기 있어?” 태하가 쪼그려 앉았어요. “빌려 간 집에서 돌아오는 길이야. 그런데 가게로 통하는 그림자 문이 잠겼어.” 우산 그림자가 축 늘어졌어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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태하의 그림자가 벽 위쪽을 가리켰어요. 오래된 그림 속에 귀가 처진 토끼가 있었어요. 작은 열쇠를 들고, 길 잃은 그림자들을 안내하고 있었지요. 바니가 제 조끼 주머니를 만졌어요. “나랑 똑같아…….” 태하의 그림자가 속삭였어요. “보여 주고 싶은 비밀이 이거였어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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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에는 초승달 모양의 까만 열쇠구멍이 있었어요. 바니가 달빛 열쇠를 꺼냈지요. “등대 문도 이걸로 열었어.” 하지만 아무리 대어 봐도 딱딱한 벽뿐이었어요. 열쇠는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어요. “이상하다. 모양은 꼭 맞는데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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태하가 한 걸음 물러났어요. 등 뒤 가로등이 바니의 손을 비추었지요. 벽에 작은 열쇠 그림자가 생겼어요. 태하가 눈을 반짝였어요. “바니야, 잠깐! 그대로 있어.” “그림자 문이니까…… 열쇠도 그림자여야 하는 거 아닐까?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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태하가 바니의 손을 조금 들어 올렸어요. 열쇠 그림자가 까만 구멍에 포개졌지요. “조금만 오른쪽으로. 거기!” 바니가 열쇠를 천천히 돌렸어요. 벽 위의 열쇠 그림자도 함께 돌아갔어요. 찰칵! 까만 문이 활짝 열렸어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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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 너머는 그림자 가게였어요! 우산은 팔랑팔랑, 장화는 깡충깡충. 그림자들이 제자리로 돌아갔어요. 문 건너에서 고양이 할머니가 손을 흔들었어요. “돌아오는 문을 열었구나. 고맙다!” 태하의 그림자도 발끝에 쏙 붙었어요. 태하가 발을 들자 그림자도 발을 들었지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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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니가 벽 속 토끼를 한 번 더 바라봤어요. “내가 정말 여기 왔었을까? 하나도 생각이 안 나.” 태하가 바니의 손을 잡았어요. “오늘은 내가 봤어. 네가 돌아오는 문을 열어 줬잖아.” 바니가 태하의 손을 꼭 쥐었어요. “네가 열쇠 그림자를 찾아줬고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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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차에 돌아오자 별가루 지도에 새 길이 반짝였어요. 거울달 섬 너머, 하얀 눈송이 모양의 역이었지요. 그때 창밖에서 눈송이 하나가 둥실 떠올랐어요. 아래에서 위로. 또 하나, 또 하나. “바니야. 눈이 거꾸로 내려.” 눈송이 하나가 승강장의 발자국을 쏙 떼어 하늘로 데려갔어요. 4권 — 거꾸로 내리는 눈의 나라에서 계속

끝!
The End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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